[메타인지]
그렇다면 나의 부족한 색깔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필자는 대학 생활을 꽤 열심히 했지만, 취업 시장에 그리 메리트 있는 후보자가 아니었다는 것에 좌절했다. 만약 대학 생활에 매진하던 시기에 취업이라는 목표를 잡고 최적화된 활동을 했다면 더 효율적인 취준을, 더 짧았던 취준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청춘을 빌려 도전했던 일들을 후회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은 그 존재로도 가치의 당위성을 가지며, 내가 살아가는데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인 학생들에겐 아래와 같은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발달 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이 소개한 '메타인지'는 내가 어떤 것이 부족한 지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말한다. 즉 자신이 ‘아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인지에 대한 인지라고 불리우는 메타인지는 학습, 성과, 성취 등에 다양하게 요구되는 고차원적 역량이다. 실제로 모 방송사에서 성적 상위 0.1%를 조사한 결과 다른 학생들보다 메타인지적 사고가 훨씬 발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취업준비에 적용하면 어떨까? 취준생으로서 메타인지적 사고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부족한 지 알고 전략적으로 이를 채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친숙해서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을 혼동하는 인지적 오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냉장고를 잘 안다고 대답하지만 실제로 작동 원리에 대해 물어보면 설명하지 못한다. 냉장고를 쉽게 접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취업 준비에 메타인지적 사고를 적용하는 것은, 과거의 모든 경험과 사건에 대한 되새김이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수고스러운 작업이 된다. 다만 당신이 취준생이라면 스스로 어떤 점이 강점이고, 어떤 점이 부족한 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꼭 갖기 바란다. 쉽게 말해서 ‘어떤 것을 갖고 있고 어떤 것이 없는 지’ 이해하는 것이 메타 인지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객관화가 필요하며, 자신이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시간을 내어 본인이 해왔던 활동들을 리스트화 하는 것이다. 직접 겪은 경험들을 실체화하고, 해당 경험들을 하나씩 고민해보는 것이다. A라는 경험은 나의 어떤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 B라는 경험은 실제로 유익했지만 기업 담당자들이 좋아할만한 경험인지 등에 대한 고민 말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기업이 어떤 색깔을 원하고 그 색깔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분석을 통해, 직무분석을 통해 어떤 역량이 부족하고 어떤 역량을 채워나가야 하는 지 알아가는 과정이 메타인지의 첫 번째 단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취준생들의 합격자소서나 이력서를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해서 특정된 하나의 기업에 100점 만점의 스펙을 가질 필요는 없다. 괜찮은 여러 기업의 70점이라는 합격선만 넘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 취뽀라는 우리의 목표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인재가 없어요.” 수십만의 취준생이 구직에 허덕이는 시기에, 난데없는 인사담당자의 푸념이 떠올랐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인재가 없단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내가 받은 숱한 서류 탈락이나 면접 탈락이 가져다 준 교훈은 분명 내가 인재가 아니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나는 물감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기업이 원하는 색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떨어졌을 뿐이다. 이를 증빙하는 사실은, 수십 개의 회사로부터 불합격을 통보 받았을 때와 약간의 스펙만 달라졌음에도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취준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얘기를 듣는다. “@@기업 최종면접에 2명이 전부 탈락했는데,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채용공고가 올라오더라” 나는 이제 이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해당 기업은 왜 최종 면접 후보자 중 아무도 선발하지 않고 다시 채용 공고를 올렸을까? 기업의 가치도 복지환경도, 대외적인 명성이나 기업의 비전도 중요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면접관인 Z세대는 아직 세대를 초월하여 회사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원을 찾지 못한 것 뿐이다. 수 많은 비용을 치르고도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지원자가 아닌 절대적으로 회사의 색깔과 맞는 지원자를 찾고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부시절 통계학을 전공했고, 적성에 잘 맞아 전공과 관련한 활동에 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 당시, (당연하게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역할보단 내 가슴과 머리가 이끄는 활동을 주로 하였고 덕분에 축제 MC나 학과 응원단 같은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었다. 당시엔 이런 일들이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기업의 색깔에 맞춰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큰 무기가 되었다.
무조건 '열심히'라는 인생 선배들이 외치던 마법의 키워드와는 절교해야 한다. 기업들도 한정된 시간과 자본으로 우수한 인력을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기에, 우리가 그 수요를 맞춘 공급자가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맛있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능력도 중요하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묻는 다면, 성과를 증빙하고 나의 가치를 한 층 더 높일 수 있는 증거들을 만들고, 과거의 사소한 경험들을 기업이 원하는 경험으로 탈바꿈하기 바란다. 요즘 기업들이 삶의 진정성이나 청춘의 아름다움 따위는 뒤로한 체 숫자로 이루어진 스펙만 요구한다고 해도 말이다. 억울하지만 정해진 채용 자리가 내 것이 되려면, 경쟁해야 하는 타인들 보다 더 '눈에 띄는' 조건을 갖출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어떤 것이 강점인지 모른 채 연관성 없는 자격증만 딴 사람, 공기업을 준비하지 않지만 한국사 자격증을 공부하는 사람,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을 수두룩하게 쌓아 둔 사람 모두 메타인지적 사고가 필요한 대상이다. 실제로 여러 자격증과 대외활동, 영어점수 등을 갖춘 취준생이 여러 기업에 번번히 탈락하는 경우를 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어 보였지만, 실제 갖춘 스펙을 살펴보았을 때 맥락 없이 연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메타인지적 접근으로 기업에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것은 기업, 산업, 직무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브랜딩을 취업준비에 활용하는 방법은 추후 이번 장의 후반부에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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