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초라함]
나는 학창시절이든 대학시절이든, 대인관계가 원만한 학생이었다. 혹은 썩 나쁜 평판을 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취업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거절을 받았다. 거절의 문장은 생각보다 쉬이 와 닿았고, 어찌 보면 납득이 가기도 전에 많이 억울했다. 몇몇 기업에 지원서를 낸 후, 난생 처음으로 열정의 초라함을 겪었다.
필자는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8개의 기업에 지원하였고 최종적으로 3개의 기업에서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이 3개의 기업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나머지 35번의 탈락이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35번의 탈락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쉬지 않고 계속되는 ‘불합격’이라는 글자는 지난 노력을 부정하기에 충분했다.
취준을 시작했던 첫 시즌에는, 지원했던 13개의 기업 중 3개의 기업만 면접을 볼 수 있었고, 결국 모든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상반기를 마무리하였다. 거기에다 전부 최종면접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1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취업준비 당시 일주일에 스터디를 평균 3개에서 4개정도 했다. NCS 인적성 스터디, 사기업 인적성 스터디, 면접 스터디, 직무 시사 및 상식 스터디를 주로 하였다. 필요하면 단발성/일회성 스터디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지인들과 공유하고 피드백하며 준비하였다.
스터디마다 숙제가 주어지고, 기업 채용공고가 뜨면 자소서를 준비하고, 동시에 다른 기업의 채용 전형이 진행중이면 그 또한 준비했다. 쉽게 말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취업준비가 길어지고 스터디를 반복할 수록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깨달으면서, 스펙을 올리기 위한 자격증 취득이나 어학성적, 공모전 활동도 계속 이어 나갔다.
완충을 위한 일요일을 제외하고, 새벽 1시에 잠에 들어 8시에 일어나 자취방을 나서는 취업준비를 계속하였다. 취업 막바지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매일 자기전에 맥주 4캔씩 마시며 잠에 드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취준을 시작한 지 8개월을 지났을 무렵, 자격증을 두 개 더 취득했고 원했던 오픽 점수를 받았다. 운 좋게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면서 수상경력도 생겼고, 방학동안 진행한 국비교육 덕에 대외활동 이력도 쓸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자소서에 한 줄 더’ 쓸 수 있는 활동을 위해 매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합격을 받았다. 하반기에 지원했던 25개의 기업 중 15개의 기업에서 서류탈락을 했다. 두 번째 채용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면접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들었다.
면접관 1 : “원래 금융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필자 : 네. 대학교 2학년 당시 빅쇼트라는 영화를 보고 금융 업종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금융 관련 기사를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처럼 공부한 경제 상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그러면 해당 직무역량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필자: 매일 금융 시사 공부를 하고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면접관 1 : 그러면 금융 상식은 잘 아시겠지만, 해당 직무에 대한 준비는 따로 안 하신 거군요.
필자: 아 그게….
면접관과 지원자는 갑과 을이다. 상대가 나의 열정의 정도를 확정 짓는 순간, 공모전 수상이나 자격증에 대한 얘기는 하지도 못한 채 얼어버렸다. 압박 면접에 말린 것은 나의 잘못이었지만, 몇 없는 면접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최선을 다했을 때의 실패의 경험보다,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것이 나를 자기혐오로 몰아 넣었다. 방에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노트북을 켯다. 이미 수 십번은 봤을 [우리는 끝을 준비합니다. – 잡코리아] 영상을 틀었다.
저 영상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했지만,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희망고문이자 자기 위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열정은 너무나 초라해서 어떠한 성취도 이뤄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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