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는 순간]
최근 자소서가 폼이 올라 서류 합격률도 높아지고 필기 합격률도 높아지고 있다. 취준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니 어느정도 폼도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대로만 가면 내가 원하는 기업,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주 카카오뱅크의 2차 면접이 있었다. 1차 면접에서 극찬을 받으며 합격했기에, 2차 면접이 끝나자마자 오픈 카톡방에서 최종면접 스터디를 구해 준비를 시작했다. 수시 채용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수소문한 결과, 내가 지원한 직무의 티오는 3명 내외이고, 2차 면접을 본 인원은 10명 내외였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
신촌역 근처 한솥 도시락에서 저녁을 먹고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길, ‘웅- 웅-‘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카카오뱅크 채용 결과 안내
자세한 사항은 인재채용 홈페이지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문자를 받음과 동시에 손이 파르르 떨린다. 최종면접 스터디 카톡방에도 카톡이 올라왔다.
“떴네요.”
급하게 길거리의 벤치에 대충 걸터앉아 노트북을 켰다.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으니 와이파이를 잠깐 훔쳐 써야겠다. 이 순간은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처럼 감정이 요동친다.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입력한 끝에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왔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은 망설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누군가는 결과를 못 보겠다며 결과를 손으로 가려 놓지만, 부질없고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떨리는 손으로 ‘결과 확인’ 버튼을 누른다.
. . .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선발 인원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귀하를…]
문장을 다 읽기 전에 노트북을 ‘쾅’ 덮어버리고 말았다. 역량이 뛰어나지만 불합격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취업준비를 하면서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점은, 내가 탈락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혹시나 내가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하여 덮은 노트북을 천천히 연다.
[…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좋은 인연으로 카카오와 함께하길 응원하겠습니다.]
그 동안 많은 기업에서 탈락 소식을 받았기에 거절은 익숙하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최선의 노력을 했고 끝이 보이는 순간, 정말 붙을 수 있을 것 같던 회사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끝없는 심해로 끌어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면까몰’(면접은 까기 전까지 모른다.)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쓰이는 거구나. 무거운 추에 이끌리듯 슬픔이 주체할 수 없이 나를 감싼다.
내 상반기 취업준비의 끝이 보이고 있다. 정말이지 나는 단번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이젠 그 희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 시즌이 지나고 이 짓을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먹먹함에 내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이러다 모든 기업에 떨어지면 내 인생은 어떡하지?’ 생각하기도,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나의 심장을 쿡쿡 찔러 고통스럽다.
‘아니야 잘 될거야.’ 라고 다짐해보지만, 잘 되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우울하고 불안하다.
[오늘도 취준생]
언제나 그렇듯 실패의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 상반기에 지원했던 모든 기업에 탈락하고, 국비교육을 들으며 방학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달에는 자격증 시험도 있기에 시간을 바쁘게 보내는 중이다.
하반기에 지원할 기업들을 리스트하고, 지난 채용공고를 보며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확실히 나의 빈 곳을 꽉 채워 나가는 느낌이 든다.
요새 시간이 남으면 서점에 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내가 풀어보지 못한 인적성 책을 둘러보기도 하고, 마음에 위로가 되는 에세이도 찾는 편이다. 확실히 취준생이 볼만한 컨텐츠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취준생을 위한 자기계발서, 에세이가 있다면 틈틈이 시간이 날 때 읽어볼텐데… 서점 구석의 검색기로 다가가 ‘취준생’을 검색해본다. 역시 나오는 책이 없다. 하긴 취준생이 책을 읽을 여유도 없고, 출판사 입장에선 사업성이 떨어지니 수험서 같은 것들만 내겠지.
내가 만약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낸다면, 나의 이야기를 엮어 험난한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써야지. 제목은… 보잘 것 없는 지금 나의 모습을 담고 싶다. 그래, 평범한 취준생… 오늘도 취준생 이라고 지어야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버킷 리스트 페이지를 펼친다.
“가장 보통의 취준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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