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장해야 할 때]
기업이 원하는 색깔을 내기 위해 물감을 어떻게 섞어야 할까?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들의 자소서와 면접 후기를 분석해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맛있다’는 점이다. 너무 비유적인 표현이라 다시 풀어보면, 합격한 사람들의 자소서는 다음 문장이 궁금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다음 문장이 궁금하고, 자소서를 다 읽었을 때 실제로 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진다. 서류 합격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나를 좀 더 알고 싶게 만들면 되는데, 이 과정은 끼를 부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스펙만 가진 사람의 못난 자소서와 보통의 스펙에 히가시노 게이고 급의 필력을 가진다면 어떨까? 감히 단언컨데 후자가 더욱 합격률이 높을 것이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진리와 같은 역량들이 있다.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누구를 뽑을까?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 같이 일하고 싶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Q1. 고난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는가?
Q2. 스스로의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가?
‘맛있는’ 후보자가 되려면 위의 두 가지만 기억하자. 위의 항목들은 사실 모든 자소서에 적어도 한 가지 이상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그냥 뻔한 항목, 자소설처럼 해치워야 하는 항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지사지로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너무 알고 싶은 내용들이다. 웃기 말일 수도 있지만, 기업에서 묻는 바를 대놓고 물어봐도 딴 얘기를 하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서류 검토에도 애를 먹는 상황이니까.
취업을 정의하자면 ‘어떤 기업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의 고정관념, 스펙이 좋다던지 학벌이 높다던지 등의 가치관은 전부 벗어 던지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위의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겠다.
‘Q1. 고난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는가’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수 많은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 고객사의 니즈를 맞추지 못했을 때, 정해진 납기를 맞추지 못했을 때, 부득이하게 여러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그렇다면 이 때 기업이 원하는 것은 ‘극복’이다.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포기를 하거나, 편법을 쓰거나, 회피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맛없는 후보자가 되기 십상이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는가? 타인의 힘에 기대어 뒷짐지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스스로 디딤돌을 쌓고 한 발짝 나아가는 사람인가?
그렇기에 기업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떠한 방식이든 그 위기를 벗어나고 다음 과업을 해치울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한 때 국토대장정이나, 성지순례, 극기체험 같은 것이 스펙으로 많이 활용됐던 이유가 그것이다. 위와 같은 경험들은 요즘 스펙을 위한 스펙(유명무실한) 취급을 받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지만, 기업이 원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Q2. 스스로의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해본 경험이 있는가?
‘당신은 팔로우형인가요? 아니면 리더형인가요?’ 라는 질문은 여러 기업의 면접에서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다. 많은 취준생이 묻는다. ‘대답은 리더가 맞나요? 팔로우가 맞나요?’ 앞장에서도 설명했지만, 정답은 둘 다 틀렸고, 둘 다 맞았다.
기업은 문제가 많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든, 엊그제 시작한 스타트업이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였고 일을 할수록 늘어가는 것만 같다. 기업은 그렇기에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할 인재를 말한다.
기업은 당장 리더십을 가지고 조직을 지휘할 신입사원을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그렇기에 우리는 ‘팔로우냐, 리더냐’ 라는 질문에 ‘문제 해결엔 리더십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하지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에 잘 융화되는 팔로우의 성향이 있다.’의 냄새를 풍길 필요가 있다. 위 문장을 그대로 읊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칫 공존하기 어려운 두 성향을 두루 갖춘 인재임을 어필하라는 뜻이다.
하태균 교수님의 ‘어쩌다 한국인’이라는 책에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로 ‘복합유연성’을 풀어내고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메커니즘을 장착한 서양 심리학과 다르게, 한국인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음양오행의 조화와 같이 상반되는 가치들의 질적 만족이 당연하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권위는 더욱 낮아져야 하지만 교권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은 반대하며, 촉법 소년의 처벌이 강화되길 원하면서 굶주려 빵을 훔치는 청년들이 처벌을 받지 않길 기도하는 예시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이런 이상적인 사회를 원하겠지만.)
위를 다시 풀어보자면, 기업 채용에도 이러한 특성이 적용하는 것 같다. 문제 해결엔 스스로, 또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는 조화와 충성심을 보이는 인재를 찾는 것 말이다. 이것이 불합리 하든, 합리적이든 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기업의 특성’이 아니라 ‘한국인의 특성’ 이기 때문에, 우리가 맛있는 지원자가 되려면 기업의 복합유연성을 만족해 줄 일화 하나쯤 생각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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