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회사에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제 일 열심히 하는 거? 따로 없는거 같아요. (웃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주어진 역할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도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주어진 일을 일부러 피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Q. 함께 일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나요?
말 이쁘게 하는 사람이요. 공감능력 있는 사람. 역지사지가 되고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필요해요. 회사는 한 개의 부서가 외딴 섬에 홀로 있지 않고, 치열한 시장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있지도 않죠. 정말 많은 사람과 협력하고 여러 부서와 소통해야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특히 저는 개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고객과 설계부서처럼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이 필요하죠. 회사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취준생 시절 저도 스스로 되뇌었던 것 같아요. ‘머리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졌는지 혹은 똑똑한지 보다 사람 됨됨이나 싹수가 중요하다’ 라고요. 커뮤니케이션 잘 되는 사람은, 받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요.
이게 왜 중요 하냐면 ‘기업’이라서 그래요. 취업을 한다는 건 본인이 신규 멤버를 뽑는 게 아니고, 창업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에요. ‘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과 멤버가 있는 곳에 새로운 자신이 들어가서 융화가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본인 당장의 역량보다 다른 사람과의 케미나 커넥션이 더 중요해요.
능력이 뛰어나도 커넥션이 안 되는 사람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였어요. 입사하는 사람들은 들어가자마자 리더가 되는게 아니에요. 덜 똑똑해도 커뮤니케이션 잘 되는 사람이 좋아요. 물론 똑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웃음)
Q. 회사의 장점에 대해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장점 정말 많아요. 구성원으로서 ‘회사에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다.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현직자로서, 뭘 하나를 해도 결재를 받아야 되고 또 프로세스가 결정되어 있고 이렇게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누군가는 너무 불편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프로세스나 세세한 절차가 비즈니스 시장에 살아남는데 윤활유처럼 작용하는 것 같아요.
출장 택시비를 결재를 받아도 단순히 영수증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결재 승인을 하고, 노트북 반출하는 것도 하나하나 프로세스를 거쳐야하는 이런 꼼꼼한 시스템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는 셈이죠. 이게 왜 장점이냐 면, 이러한 습관 자체가 ‘제 삶의 생활 체계’ 영향을 끼치게 돼요. 제가 자기계발을 할 때도 프로세스를 찾게 되고, 일상생활에도 적용을 할 수 있고요. 저라는 사람이 발전하는데 좋은 도구가 됩니다.
노력할 만한 회사라고 생각이 드는 건 현실적인 이유인데요. 회사 네임밸류 때문이에요. 회사 네임밸류가 강력해서. 여기에 얹어서 저의 역량을 더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여느 회사원들처럼 직원들이 회사의 불평불만을 하고 욕해도, 어디 가서 어느 회사에 다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 대한민국 1위 기업에 다닌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겨요.
그리고 재밌는 건 회사가 임직원 가족들에게 참 잘해줍니다. 우리 아들, 우리 누구누구, 우리 남편 좋은 회사 다닌다는 인식을 하게 해줘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도 같이 칭찬을 받게 되고요. 인사팀의 치밀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마지막으로 장점 하이라이트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다 모여있습니다. 비유적으로 ‘전국의 조장들이 모여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배울점이 정말 많아요. 나라는 인생에서 Page2가 펼쳐진 느낌이고, 제 인맥 네트워크가 업그레이드되고, 다양한 양질의 가치관을 접하고 목표의 질이 높아지고요.제가 기존에 정의했던 ‘한계’를 넘어서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취준생 시절 서울대 졸업생이 강연한 걸 본적 있는데, 서울대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대 졸업장도 아니고, 이름도 아니고 가장 큰 좋은 점은 ‘자기에게 한계가 없는 것 같은’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내가 서울대 생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더 높은 한계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죠. “첨단 반도체... 첨단 기술… 우리 회사가 아니면…누가 해!!” 라고 외치던 동기가 생각나네요. (웃음)
Q. 그렇다면 회사에 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회사 구조상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요. 규모가 큰 회사다 보니 업무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일만 해요. 쉽게 말해서 부품이 되는 거죠. 그래서 스스로 경계해야 하고, 즐거움을 찾을 부분을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합니다. 단점이지만 극복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Q. 하루 일과에 대해 말해주세요.
출근을 하면 먼저 회사 식당에서 천천히 아침 밥을 먹어요. 밀린 카톡과 화장실 볼일을 보고, 업무 시작 전에 사내 카페에서 동기들과 티타임을 가져요. 뉴요커가 따로 없죠? (웃음) 그리고 10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먼저 메일정리를 하면서 업무에 필요 없는 메일을 삭제해요. 제가 처리해야 될 메일이 뭔지 고르는 것부터 하죠. 그 다음 하나씩 메일을 읽은 다음 업무 분담을 해요. 어떤 업무를 누가 할지. 이건 누가 하고 이런 교통 정리를 하는 거죠.
저는 평가팀이다 보니 그 전날 설계팀에 보낸 메일에 대한 답장이 오면, 그 기준을 가지고 다시 재평가를 합니다. 평가한 내용을 다시 고객사에 전달하죠. 평가가 잘 됐으면 고객사에 평가데이터를 전달하고, 평가가 잘 안 됐으면 설계팀에 재요청을 해요. 저희 회사의 설계팀과 고객사 사이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엔 고객사랑 간략하게 업무 브리핑을 합니다. 고객사가 요구했던 평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와 함께 자료를 전달해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요.
Q. 취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먼저 자기소개서는 기업분석을 최우선으로 했어요. 기업분석을 토대로 어떤 직무를 지원할지 정하고 그 때부터 자소서 초안을 만들었어요. 자소서 쓰는 팁을 드리자면, 처음에 초안을 만들 때는 하고싶은 말을 투머치(Too Much) 하게 다 쓰는 거예요. 형식에 구 받지 않고, 말을 꾸미지 않고 하고자 하는 말을 막 나열해보는 거죠. 아무렇게나.
그 후에 직무와 맞는 내용을 빼고는 다 지웠어요. 소거법을 활용한 거죠.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 써보고 나열해보면 재료들이 많아지고 자소서도 더 잘 써져요. 대부분 취준생들의 특징이, 자소서 문항을 볼 때 워딩과 문장에만 집중합니다. 질문지에 써 있는, 예를 들어 ‘사건’ , ‘역량’ 이런 단어에 너무 매몰돼요. 일단 먼저 자소서를 쓸 때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말고 써보세요.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돼요. 사소한 것들에 너무 신경 써서 자소서가 잘 안 써지고, 막히는 겁니다. 중요한 건 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 눈으로 확인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자소서 초안을 주변 친구들에게 뿌려서 봐 달라고 했어요. 블로그에도 올려보고, 모르는 사람한테 첨삭해달라고 쪽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염치없고 부끄럽지만, 그런 자존심이 중요한가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누가 읽어도 잘 읽히는 자소서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완성한 자소서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읽어보는게 아니라, 속독으로 훑어봐도 이해가 되나 검증을 했어요. 실제로 면접관들은 수 천개의 자소서를 읽어야 하니, 꼼꼼하게 보는게 아니라 슥 훑어보는 게 태반이거든요. 면접관들 입장에서 이목을 끄는지, 이해가 잘 되는지 검증한 거죠. 말 그대로 ‘떠먹여주는’ 자소서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서류를 완성하고 곧장 필기 준비를 시작했어요. 필기는 시중에 나온 책을 다 풀었어요. 위에 언급했다시피 미리 준비를 시작해서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서류 제출기간이 오기도 전에 필기 준비를 시작했으니까요.
누군가는 ‘서류에 떨어지면 필기 준비한 시간이 아까워서 어떡하냐’라고 묻겠지만, 서류에 붙은 순간 필기를 미리 준비한 사람들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필기를 위한 인적성 인강도 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의 필기 시험인 ‘GSAT’의 수리 과목은 문제를 빠른 속도로 푸는 게 중요했는데, 인강에서 노하우를 많이 얻었어요. 수리 과목이 공무원 필기 시험인 PSAT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PSAT 수리강의를 들었는데 거긴 양질의 컨텐츠와 강사들이 꽉 잡고 있어요. 계산 빨리하는 법, 데이터 빨리 보는 법 이런 게 GSAT에도 다 적용되더라고요.
GSAT 추리 과목은 ‘답지를 버려라, 답지를 보지마라’ 이 말을 자주 들었어요. 추리는 대면 스터디로 준비하면서, 답지보다 옆에 친구들이 어떻게 풀었는지 봤죠. 추리 과목은 푸는 방법이 정말 여러가지이고 지름길이 있거든요. 근데 그게 답지에 안 나와있어요. 더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풀었나 보면서 노하우를 터득 하는거죠.
면접 준비는 모의 면접 스터디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제 전략은 모두에게, 또는 대다수에게 만족스러운 면접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똑같은 스터디를 세 번 이상 안 만나고 최대 두 번까지만 만났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그 때마다 저의 장점과 단점을 새롭게 발견했죠.
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다 관점과 기호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 다양성에 입맛을 맞추려면 보편적 매력을 갖추는 것이 면접에 합격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할 때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모의 면접관 역할을 자주 해보는 겁니다. 면접관 입장에서 면접자들의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면접자가 안 좋게 보이는지를 판단할 수 있었죠. 자소서도 모의면접 전에 5분 보고, 즉석에서 질문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이런 자소서면 이런 것이 눈에 띄는구나, 내가 면접관이면 이걸 질문하겠구나.’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예상질문을 캐치했어요.
Q. 마지막으로, 취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친구들과, 동기들과 있을 혼자 별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너 참 별나다.’ 혹은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지금 하는 활동과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친구들과 동기들과 함께 있을 때. 스스로가 별나지 않으면 취뽀를 하기 어려워요. 똑같은 무채색이 되려고 하기보단 여러분의 색을 찾으세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입니다. 적어도 여러분이 원하는 기업에 가려면 몇 십대일, 몇 백대일의 경쟁자를 뚫어야 하죠. 랜덤하게 100명이 모였을 때, 100명 중 유난히 눈에 뛰는, 이상한 1명이 되어야 해요. 근데 이건 불량품이에요. 100명 중 99명이 똑같고, 1명이 이상하면 이건 불량품이죠.
차라리 불량품이 되세요. 이런 취업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 100명중 1이 되고 싶다면, 가장 유별난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고, 본인을 탐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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